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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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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
  • 신창재 청우치과기공소장
  • 승인 2011.12.1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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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막 사십 중반을 넘긴 치과기공사입니다. 그러니까 87년도 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기공일만 해오다 보니 이젠 어느덧 중년의 대열에 서고 말았습니다.
최근 이런저런 치과기공과 관련한 글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어줍잖게나마 몇 자 적어봅니다.

기공사는 돈을 잘 번다?
20여 년 전 제가 기공을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시작은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그 놈의 ‘돈 잘 버는 직업’이라는 소문에서 시작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이제 그런 소문은 사라질 법도 한데 왜 아직도 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돈 잘 번다는 소문에 아무런 준비나 확인도 없이 이 길에 들어섰거나 들이려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치과기공이 돈 잘 벌고 우대받는 좋은 직업이었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우리사회가 정말 돈 잘 번다고 하면 가만 두었을까요?

한때 잘 나가던 비디오 대여점, 도서 대여점 등이 순식간에 사라졌듯이 기공소도 정말 돈 잘 버는 직업이었으면 벌써 없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김대중 정부시절 IT 관련학과가 얼마나 유행이었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실업자 중 가장 많은 직업이 웹디자이너라는 말도 있더군요.

그나마 치과기공은 한때 잠시 유행으로 흥하거나 망하거나 하는 직업군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기에 쉽게 망하지도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이제껏 내가 태어난 것 빼고는 모두 내가 결정한 일이다
언젠가 우연히 지면에서 ‘이제껏 내가 태어난 것 빼고는 모두 내가 결정한 일이다’라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든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것 빼고는 모든 일이 자기가 결정한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는 영유아기의 시절에도 본능에 의해 좋고 싫음을 자기 자신이 결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치과기공사의 길을 선택했을 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돈 잘 번다는 잘못된 소문이든, 주위의 감언이설이든, 잘못된 정보이든 분명 선택은 자신이 했을 것입니다. 협회나 선배나 소장 등 다른 어떤 사람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 어느 직업도 안전한 평생직업은 없어 보입니다. 하루아침에 대기업 과장에서 명퇴당해 알로에를 팔러 다니는 친구놈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우리 치과기공계도 명퇴보다 더 가슴 아린 폐업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기술에 자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캐드캠 기계들과 거대 장비들, 이미 과잉공급의 도를 넘어선 기공소의 업체 수, 몇 개나 되는지 그 수를 알 수도 없는 기공실, 거기다가 매년에 천오백여 명 이상 배출되는 기공사 숫자 등을 생각하면 결코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란 겁니다.

더욱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네트워크치과의 말도 안 되는 기공수가 요구에, 담합이라는 공정거래법까지 더한다면 그저 가슴이 먹먹해올 따름입니다.

최근 여러 온라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의 글들을 보면서 이 길을 선택한 본인의 책임보다 다른 쪽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글 때문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 기공계뿐만 아니라 모든 직종이 무한경쟁의 출발선으로 내몰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저는 가끔 직원들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학교 졸업해서 면허증을 부여받는 순간 우리는 같은 동료이며 경쟁자다”라고 말입니다.

이런 모든 어려움을 인지하고 시작했건, 모르고 시작했건 결정은 분명 본인이 한 것입니다. 그저 남 탓으로 돌리거나 현실을 부정한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아무리 ‘우는 아이 젖준다’고 하지만 그 울음도 만성이 되고 귀에 익숙해지면 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그 울음이 무감각해지기 전에 우리는 어떤 결정을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좋든 싫든 다른 결정을 준비해야 해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살아 남기위해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하기 위하여 많은 준비를 할 것입니다.

내가 이루고자 꿈꾸는 것은 무엇인지, 남과 다른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지, 무엇을 더 배우고 공부하고 익혀야 하는지 등 많은 생각과 준비가 필요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기회는 보이게 오는 것이 아니며 위기와 함께 온다고 합니다.
위기 속에 감춰져 있는 기회를 볼 줄 아는 혜안만이 진정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입니다.

신창재 청우치과기공소장
신창재 청우치과기공소장 denfoline@denfoline.co.kr 기자의 다른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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