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을 뒤흔들만한 큰 파고는 없지만 혼란스러웠던 한해. 2022년도 치과계가 그러했다. 개원가는 해묵은 구인난·저수가 문제가 심화돼 신음했고, 치과계 중심부는 비급여 정책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반면 희망적인 시그널도 감지됐다. 윤석열 정부 등장 전부터 치과계가 지속 주장하던 보험 임플란트 확대 논의가 활발해졌고, 치과 기공·위생계가 내홍을 끝내고 새 수장을 맞았다.
이 가운데 온라인에 갇혔던 세미나 등 행사는 오프라인으로 나왔고, 어느덧 익숙해진 디지털화에 플랫폼까지 얹혀 치과계로 스며들어갔다. 코로나 펜데믹을 넘어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를 맞았던 2022년 치과계를 본지가 10대 뉴스로 리뷰 해봤다. <편집자 주>
혼란 = 올해도 풀리지 않은 구인난 문제
2022년에도 진료 보조인력(치과위생사·간호조무사 등) 기근에 허덕이는 치과 개원가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구인난 문제의 핵심 격인 ‘치과위생사 기근’ 현상이 갈수록 악화일로다. 해마다 5000명이 배출된다지만, 실 활동인력은 전체의 50% 미만이며, 이마저도 매년 감소 추세(한국치위생학회지)인 실정. 이에 단순 숫자 증가가 아닌 처우(연봉)와 복리후생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이 가운데 치과계 중앙단체들의 자구책 찾기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7월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와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그간 꾸준히 제기해 온 경력단절여성 등 유휴인력 활용안을 논의했으며, 치협은 구인구직 사이트 ‘치과인’을 오픈(11월)하면서 구인구직에 직접 나섰다. 그에 앞선 5월, 치협 측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측이 만나 치과 인력난 해결 방안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인력 수가 신설 △치과 간호조무사 제도화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치과를 포함한 의료계 업무가 3D 업종으로 인식돼 구인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 구인구직 시장 주 연령대인 MZ세대의 워라벨 중시 등 성향도 소소한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된다. 이에 더해 지난 수년간 개원가가 적극 활용해온 ‘청년내일채움공제(이하 청년공제)’ 사업 규모가 2023년에는 다소 삭감될 예정으로, 당분간 개원가의 비명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희망 = “보험 임플란트 4개로” 기대감UP
2022년 말, “만 65세 이상 임플란트 보험 적용을 현행 2개에서 4개로 늘려야 한다”는 치과계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 이하 치협)가 해당 보험제도의 직접적 대상을 회원으로 둔 대한노인회(회장 김호일)와 합심해 그 당위성을 국회에 적극 설파 중이다.
치협과 대한노인회는 지난 11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측 의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플란트 보험 적용 확대를 통한 노인 건강권 증진방안 모색 공청회’를 열었으며, 양측은 대한노인회와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힘 간 협약식을 통해서도 임플란트 급여 적용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1월 30일에는 박태근 회장이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나 치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요청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로써 치과계는 정부 측의 시그널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수많은 치과인들은 ‘보험 임플란트 확대’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대선(올해 3월) 수개월 전부터 치협 측이 윤석열 당시 후보의 소속정당(국민의힘)과 수차례 접촉하며 전한 제안 중 ‘보험 임플란트 2개에서 4개로 확대’안이 포함됐을 것이란 추측이 퍼져나가서다. 또 대선 직전 윤 후보를 지지선언 한 치과인 1567명 측은 “(윤 후보가)추진하는 치과 정책 전반(임플란트 4개 확대 포함)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환영한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혼란 = 저수가 경쟁, 시장서 먹혀
비정상적으로 낮은 임플란트 시술비용과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 문제가 예년보다 조금 더 뚜렷하게 나타난 2022년이었다.
특히 인터넷으로 ‘30만원 초반 임플란트 시술’을 앞세운 마케팅을 펼쳐 논란·화제가 된 서울⃝⃝치과 등으로 전국 개원가의 염려와 성토가 끊이지 않았다.
해당 유형의 치과들은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통한 자본 유입을 토대로 세워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치과계의 중론이다. 우려되는 점은 개인이 아닌 투자자본 위에 세워진 치과는 상대적으로 페이닥터 비중이 높아 좋은 진료의 질, 최상의 재료 등을 기대하긴 다소 힘듦에도, 시장에서는 ‘저가’ 마케팅 치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등 제대로 통하는 중이라는 것.
또한 ‘과잉진료’ 후 금방 잠적해버리는 ‘먹튀치과’, 심지어 ‘사무장치과’ 등 불법적인 정황마저 속속 드러나 치과계의 우려를 더욱 폭증시키고 있다.
혼란 = 비급여 정책 저지에 치과계 합심
치과계 중앙단체인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가 2022년 9월 정기이사회를 통해 ‘비급여 공개용 자료제출 전면 거부’란 의견을 규합했으며, 회원들에게도 문자로 동참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비급여 공개·보고의무’ 정책의 부당함을 꾸준히 주장하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서울시치과의사회 등에서는 비급여 정책 관련 치협 측의 더욱 역동적인 액션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치협 측과 대립각을 세운 바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치협 측의 동참 선언으로, 치과계의 비급여 정책 저지 행보는 치과계 전체의 전면적인 저항 형태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그 목소리가 국회와 정부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시류 = 개원가에 스며들고 있는 ‘디지털’
치과계에서 디지털화 시류는 이제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고로 여겨지는 모습이다. ‘치과 디지털의 꽃’으로 불리는 구강스캐너 분야의 발전상은 이제 익숙한 지 오래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치과행사인 올해 6월 ‘SIDEX 2022’서도 다양한 업체들의 구강스캐너 제품들이 시선을 끌었다. 여기에 보다 안전하고 편한 임플란트 시술을 가능케 한다는 ‘디지털 임플란트 가이드’도 보편화의 길을 걷는 듯 보인다. 이와 관련해 ㈜디오는 최근 디지털 가이드 임플란트 시스템 최초로 누적 식립 70만홀을 돌파했음을 알렸다.
치과 기공소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3D프린터, 밀링머신 등 장비들도 하나 둘 치과 문턱을 넘어 원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원내 기공실에 두고 치과 기공사까지 고용한 치과도 그 풍경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