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먼저 경험한 일본 등 타산지석 삼아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2018년 기준 고령인구비중 14.3%로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2025년에는 고령인구비중 20.6%에 이르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 정책에는 치과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 등, 고령화에 대해 치과계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 16일 유엔의 세계인구 추계를 인용해 2050년 한국이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국가인 일본은 올해 기준 생산가능인구 2명당 65세 이상 노인 수가 1명 이상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2050년 생산가능인구 4명당 65세 이상 노인 수가 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고령자 부양에 대한 부담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새롭게 의료·요양·돌봄 연계 체계를 개편하고자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과 의료계, 간호계 등 전문가 15인이 참여한 전문가 회의체를 구성했다. 이 회의체는 분야별 핵심 정책 과제를 발굴·구체화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며, 이 기획단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중 노인 의료·요양·돌봄 연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치과계에서도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노년치의학회에서는 ‘시니어구강관리전문가과정’을, 대한치과위생사협회에서는 ‘노인·장애인 전문치과위생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며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개원가에서 고령화대비의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 실정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개원의는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개원가에 고령인구를 위한 특별한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급여화가 먼저 시행 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에 비해 구강건강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좋아진 것은 건강보험 적용으로 인한 치과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스케일링을 비롯한 치주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치료가 됐고 치주건강관리의 필요성 및 중요성 이해도가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자의 구강위생 및 구강건강 관리를 위한 진료가 급여화 된다면 자연스레 개원가에서도 이를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국가인 일본의 경우에는 1994년 섭식기능요법이 의료보험 항목으로 적용되었으며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 다직종협력의 형태로 치과위생사가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뿐만 아니라 치과 방문진료에 대해 의료보험과 개호보험의 형태로 나뉘어 급여화가 이뤄져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건강보험제도를 바탕으로, 80세에도 20개 이상의 자연치아를 유지하는 것을 이르는 8020달성자가 2005년 24.1%에서 2016년에는 51.2%를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6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자연치아 유지는 물론 ‘구강의 기능’에도 집중해 이 중요성을 홍보하고 ‘구강기능저하증’이라는 상병명을 등록하고 ‘오랄프레일(oral frailty)’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기능 저하의 예방·증진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한치과의사협회 내 ‘자연치아아끼기운동본부’가 2006년 창립돼 2007년 일본의 ‘8020운동’을 소개하면서 ‘2080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개 이상 자연치아 보유율은 50대에서 91.4%, 60대에서 78.0%로,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면서 감소폭이 10%이상이며, 70대 이상인 경우 20개 이상 치아를 가진 사람이 48%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또한 65세 이상의 저작불편호소율과 구강기능제한율은 각각 2013년 49.2%, 52.3%에서 2021년 35.9%, 37.5%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3명 중 1명 이상은 치아나 틀니, 잇몸 등 입안의 문제로 저작이 ‘매우 불편하다’ 또는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치과위생사회 요시다 나오미 회장은 “일본에서도 커뮤니티케어 정책에 치과 관련 항목이 수립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급여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으로 “보험 급여화에 이르기 위해 노인 치과와 관련된 연구를 통해 근거를 충분히 쌓아온 것, 그 결과들을 시각화해 ‘치과 비전’과 같은 형태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송신한 것, 후생노동성에 노인 치과에 특화된 치과 전문직을 배치해 고령자의 치과적 문제를 정리하고 구강기능의 발달이나 저하의 문제를 명확하게 제시한 것” 등을 제시했다.
대한노년치의학회 고석민 회장은 “대한노년치의학회는 단순히 65세를 넘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과적 질환, 전신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고령자에게 어떤 케어가 적합한 지 고려하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시행하는 등 고령화에 발맞춘 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학회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질환으로 치과 병·의원에 내원하기 어려운 고령자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요양시설, 자택 등에 방문해 치과진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 치과적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 치과 관련 내용을 시행할 경우 어떤 서비스를 어떠한 형태로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치과계 내부에서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석민 회장은 “노년치의학회에서는 ‘구강 노쇠’라는 개념을 도입해 조기에 진단하고 이를 예방함으로써, 전신 노쇠 및 장기 요양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려 노력 중”이라며 “외국에서 시행 중인 치과 관련 커뮤니티 케어 정책과 이와 선행 연구 등을 바탕으로 한국식 제도를 만들기 위해 한국의료보건연구원과 합의문을 발표하고, ‘구강노쇠’를 상병명으로 등재해 진단 및 처치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구글 학술검색에서 ‘오랄프레일’ 검색 결과 약 1180개의 일본 논문이 나타나지만, 같은 의미인 ‘구강노쇠’를 검색할 경우 나타나는 한국 논문의 경우 약 431개에 불과하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의 대응에 치과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는 물론 임상에서도 구강노쇠 및 고령자의 구강건강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