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람둥인지 스페인에 가면 플라멩코, 남미에 가면 땅고(Tango)에 빠진다.
삼바는 왠지 여자들의 힘에 주눅이 들기에 탱고를 배우러 ‘좋은 공기’란 뜻의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로 가고 싶지만 아버지들은 어깨가 무거운 법, 그렇다고 중앙시장 2층의 딴스 학원에 등록하고 싶지는 않다.
탱고를 추는 땅게로스(Tangueros)가 꿈인 이유는 가슴과 가슴을 맞대는 그 그리움 그리고 재즈처럼 즉흥(Improvised)의 즉흥이기 때문이다.
비록 몸은 느리지만 마음은 뜨거우니 맞대고 따뜻하게 안은 채, 깊은 둘 사이에 오가는 기(氣)와 그 눈빛! 그것들이 날 유혹한다.
낮은 조도의 전용 무도회장인 밀롱가(Milonga)를 찾는 밤, 영화 여인의 향기의 ‘간발의 차이’라는 포르 우나 카베사나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이면 족하다.
바닥을 쓰는 듯한 아라스뜨레도 머리를 꺾듯이 젖히는 동작인 헤드플릭(Head flick)도 꿈인데, 혼자는 외로우니 초면도 구면도 좋겠는데, 음이 흐르는 그 찰나에 리더(♂)가 눈짓과 고갯짓으로만 춤출 상대를 찾는 까베세오(Cabeceo, 고개를 끄덕이다)를 보내 팔로워(♀)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 기가 통한 것!
눈짓과 고갯짓, 그리고 춤이란 감각의 언어로 한바탕 하나가 되어라 그리고 힘 있는 절제로 가장 따스하게 같이 빠져들어라. 혹시 팔로워의 거부(No) 눈짓은 ♂의 쪽팔림을 순화시키는 멋진 예법인 까베세오를 두려워 마라.
최악! 체온이 맞지 않아 파트너가 탱큐!하면 이별하듯이 손을 놓아주고, 인생처럼 다음을 기다리자.
우리나라 최초의 밀롱가인 ‘설탕’이란 아수까(Azucar)가 활(弓)처럼 생긴 동네 ‘활골’인 대전 궁동(弓洞)에 있다.
몸치(癡)인 내가 전국 벨리댄스경연 대회장(2009)을 맡았었는데 뒤풀이에서 춤선생한테 건강에 좋다는데 저도 춤을 배워볼까요? 했더니, 치과 원장님이시죠? 선생님 저 여자랑 살다가 헤어진... 손가락을 세고 있었다.
제발, 다 좋은데 이 ‘딴스만은 참아주세요!’ 그 후로 접은 상태인데 이제, 간 크게 걱정일랑 접어두고 검정 탱고복이나 먼저 맞출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