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립청소년스포츠안전재단(National Youth Sports Safety Foundation)은 매년 치러지는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서 총 300만 개의 치아가 빠진다고 추산했다. 그만큼 격렬하게 온몸을 움직이는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치아는 부상 위험에 곧잘 노출된다.
그러나 스포츠를 볼 때면 치아가 빠지거나 상했는데도 임플란트나 보철치료 없이 그대로 일정을 소화하는 선수들을 마주한다. 단순 부주의해서, 신경을 쓰지 않아서 방치하는 것일까?
떠나는 동료를 보내주다 급 사라진 앞니
아스날의 수비수 가브리엘 마갈량이스는 다소 황당하게 치아를 잃었다. 지난 5월 말 선배 다비드 루이스가 팀을 떠나는 날 경기장에서의 환송 행사 중 앞니가 빠져버린 것이다.
과정도 재미있다. 경기가 끝난 뒤 다비드 루이스 주위로 동료 선수들이 몰려들었고 거기에 함께 꼈을 뿐이었으나 그렇게 서로 부대끼는 도중 치아가 빠지고 말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 이후 사라진 치아를 찾기 위해 잔디밭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고 얼마 뒤에는 코칭스태프와 동료들까지 함께 앞니의 행방을 추적했다.
다행히도 가브리엘은 105×68m 크기의 잔디밭 한가운데서 자신의 치아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이윽고 그는 곧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리고 “걱정 마요. 제 치아를 찾았어요!”라 밝히며 건치로 돌아온 치열을 환한 미소로 보여줬다.
임플란트는 은퇴 후에, 영광의 상처 간직
북미 아이스하키 NHL에서는 이가 없는 그대로 빙판을 내달리는 선수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임플란트를 식립하는 등 당장 치과 치료를 받는다 해도 언제 또 다칠지 모를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NHL 선수들과 팬들에게 치아가 사라진 잇몸은 때때로 ‘명예의 배지’로 인식되기도 한다.
내슈빌 프레데터스의 라이트윙 오스틴 왓슨은 “다음 날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새로운 치아 세트의 구매를 생각한다”면서 “오리발을 착용하는 것보다 쉽다. 얼마나 재미있을지 상상해보라”며 웃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경기 중 앞니 3개가 빠져 허전한 잇몸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왓슨은 이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NHL 선수로서 3년 동안 450만 달러를 받는 연장 계약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완전히 은퇴한 뒤에야 새 치아를 고정할 예정이다. 그는 그저 “샌드위치를 먹을 때는 원시인 스타일처럼 옆으로 한 입 베어물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꽉 무는 습관 탓에 이가 갈린 프로레슬러
UFC 챔피언과 WWE 챔피언으로 군림한 프로레슬러 브록 레스너는 ‘야수(The Beast)’라는 별명이 아주 잘 어울리는 선수지만 정작 그런 그의 치아는 전혀 날카롭지 않다. 2018년 여름 레스너는 마이크를 잡고 상대를 도발하던 중 너무도 평평하게 갈려 있고 검게 된 내부가 훤히 보이는 아랫니 상태가 화면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는 곧장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많은 의견은 온 힘을 써 상대를 들어올리면서 이를 악물던 무의식적인 습관 때문에 치아가 마모되고 말았다는 주장이었다.
이 이야기들이 그저 외국에서만의 재미있는 사례는 아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현역 시절 턱에 힘을 꽉 주고 공을 던지다 비슷한 이유로 구강내가 악화된 바 있으며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오현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상대 선수의 스틱에 맞아 앞니 3개가 나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해외와 같이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들 또한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치아 부상의 위험이 당연한 듯 일상처럼 함께하고 있다. 우리 치과계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구강 건강 관리에 좀 더 힘을 기울여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스포츠 선수 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