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 그리고 패럴림픽이 지난 5일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치른 가운데 우리나라 선수단 중에서는 어떤 확진자도 나오지 않아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숨은 공로자가 된 곳이 바로 대한스포츠치의학회(회장 전명섭, 이하 스포츠치의학회)다.
스포츠치의학회가 펼칠 활약은 도쿄 올림픽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전명섭 회장을 비롯한 스포츠치의학회 일원들은 스포츠 의료 내에서 치과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스포츠계 전체에 치과가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의료 역량을 더욱 퍼뜨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에서 세계로 기여한 방역 핸드북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는 최소한만 파견되기를 원한 IOC의 권고로 전체를 통틀어 3명의 의료진만 도쿄로 향했다. 그러나 스포츠치의학회는 멍하니 대기만 하고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단을 위한 방역수칙 매뉴얼 핸드북을 발간해 임원 및 선수들이 각자 지닌 ID카드 뒷면에 패용하도록 제공한 것이다.
전 회장은 “경기장에서, 선수촌에서, 이동 중 비행기나 버스에서 방역 관련 주의해야 할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선수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며 “박태상 인도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코치에게도 보내줬더니 곧 인도 선수단 전체로 공유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번 활동으로 “작은 배려 하나로 방역 선진국답게 여러 나라에까지 큰 역할을 해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소감 역시 잊지 않았다.
스포츠치의학으로써 스포츠 외교까지
전 회장은 인터뷰 틈틈이 스포츠에서 치과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는 하계스포츠건 동계스포츠건 가릴 것이 없었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스틱으로 때린 단단한 퍽이 안면으로 날아와 맞는 등 큰 부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럭비 또한 머리와 어깨부터 들어가 들이받는 몸싸움 탓에 쇄골이나 안면 골절이 많이 발생한다”고 하면서 “치과의사가 있을 때 특히 치아끼리 중심선이 잘 맞는지, 턱뼈가 기울어지지 않았는지를 금방 파악해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즉 “이와 같은 치과의사의 역할을 메디컬 단위로도 제대로 홍보하고 하는 것이 스포츠치의학회가 지닌 숙제”임을 스스로 다졌다. 특히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젊고 활동적인 치과의사가 앞으로 여러 스포츠 이벤트에 참여해 활약할 수 있도록 치과계 내에서도 홍보를 확대하고 역량을 키우는 등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특히 전 회장은 “치과의사로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가치 있는 활동을 통해 치과의 위상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스포츠치의학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로도 나아가 스포츠 외교관의 역할로도 이바지하는 등 잠재적 가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자연스런 구강관리 확대로 나서는 길
스포츠치의학회의 더 넓은 목표는 스포츠치의학으로써 저변이 엘리트 선수뿐 아니라 학교에서 운동을 배우고 즐기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널리 보급돼 더 안전한 스포츠 활동이 가능하도록 기여하는 일이다.
그 계기로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MOU를 맺고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스포츠치의학과 관련한 심포지엄을 국회에서 개최해 마우스가드를 비롯한 체계적인 스포츠 구강관리의 필요성을 더 널리 알리고자 한다. 비장애인 선수들의 진천선수촌에 이어 장애인 국가대표 훈련장인 이천선수촌에도 치과진료실을 설립하는 것 또한 스포츠치의학회가 추진하는 큰 목표다.
전 회장은 “너도나도 마우스가드를 쓰도록 해 당장 치과 내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스포츠에서 치과의 중요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이 곳곳에 정착되며 자연스럽게 보급되는 것이 스포츠치의학회가 제대로 추구하는 방향성”이라 정리했다.
2022년 겨울과 여름에 각각 열릴 베이징 동계올림픽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시 스포츠치의학회는 주시하고 있다. 전 회장은 “곧 열릴 국제 대회에 대비하는 부서를 만들어 최소 인력이라도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스포츠에서 의사의 역할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위드코로나’ 시대의 방역 문제나 특수한 안전 문제 또한 대응해낼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